[K스토리] '다문화 3.0'…민영치 "국악은 한국 문화 원천…현장서 느끼면 중독된다"

[※ 편집자 주 = 대한민국 사회는 저출생·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의 빠른 변화로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었고, 5년 내 체류 외국인 300만 시대가 예상됩니다. 이제는 이들을 낯선 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통합 정책과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도 과학적 분석과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다문화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反)다문화 정서'와 '단일민족 주의'는 우리 사회에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한민족센터를 개설해 동포·다문화 관련 뉴스를 집중 조명하며 인식개선에 앞장서 온 연합뉴스는 '다문화 3.0' 시대를 맞아 연중 기획 기사와 함께 다문화 리더를 심층 인터뷰한 영상을 격주로 게재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를 짚어보고 성공적으로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사례도 조명할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 전문 박람회인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지난달 12일 개막했다. '국악의 향기, 세계를 물들이다'를 표어로 내건 이번 엑스포는 국악주제관, 세계음악문화관, 미래국악관, 국악산업진흥관 등 4개 전시관에서 진행된다.

30여 개국 전통예술단의 공연, 180여 회의 국악 무대와 100회 거리공연을 열어 국내외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궁중음악(아악, 정악)부터 국악관현악 페스티벌, 그리고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협업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제작진은 엑스포의 음악감독을 맡은 재일 교포 3세 카지노사이트인 민영치 감독이 총괄 기획한 교류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일본 타악의 거목 히다노 슈이치와 한국 장구가 맞붙은 '한일타심'(9월 22일), 전자음악 그룹 '테크노보이즈'와 카지노사이트의 협연 '테크노카지노사이트 어웨이크'(9월 30일) 등은 전통과 동시대 사운드가 만나는 장을 열었다.

오는 7일에는 재일한국인 예술가들이 꾸리는 '100년의 약속-바다를 건너 뿌리를 지킨 예인들'이라는 무대가 예정돼 '디아스포라 카지노사이트'의 현재를 집약해 보여줄 예정이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국립카지노사이트고와 서울대 카지노사이트과에서 장구, 대금을 익힌 민 감독은 사물놀이, 클래식, 재즈, 테크노, 삼바, 헤비메탈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싸이, 신해철, 이문세, 정명훈, 정경화, 조수미, 양방언 등과 협연했고, 최근에는 국립카지노사이트원의 한·일 공동 창작 공연 '망한가'의 음악감독을 맡아 전통과 동시대 음악 미학의 접점을 확장했다.

한국문화의 국제화와 성평등, 다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2024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일경문화상'도 받았다.

민 감독은 최근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국악은 한국 문화의 원천이자 정수"라며 "휴대전화나 TV가 아닌 '현장'에서 듣고 보면 '어렵지만 그래서 더 깊이 중독되는' 매력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3세 국악인이다. 고등학교 때 한국에 와 국립국악고와 서울대에서 장구와 대금을 전공했고,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주해 왔다. 이번 영동세계국악엑스포 음악감독을 맡았다.

-- 영동에서 개막한 '카지노사이트 엑스포'의 상징성과 의미는.

▲ 영동은 난계 박연(1378~1458) 선생의 고향으로, '궁중음악의 성지'라 불린다. 이번 엑스포는 그 역사 위에 서서 아악·정악 같은 정통 레퍼토리부터, 내가 오래 추구해 온 카지노사이트 퓨전까지 한 무대 안에 연결한다. 전통을 단단히 세운 뒤 타 장르와의 접목으로 관객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려 했다.

-- 세계 30개국이 참여했다. 국악과 각국 전통음악이 어떻게 공존하기를 바라는지.

▲ 각국 전통음악가는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소통한다고 믿는다. 각자 '지난 것(전통)'을 오늘에 부르는 마음이 닿아 있다. 말보다 먼저 박자와 선율이 통한다. 그래서 만나면 기쁘고, 협업이 자연스럽다.

--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현장에 오면 하루 종일 카지노사이트에 빠질 수 있다. 아악·정악, 무형문화재 공연, 젊은 크로스오버, 유명 카지노사이트관현악단 무대까지 200여 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영동은 서울과 부산 사이에 있어 '조금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와 보면 음악과 음식, 사람과 풍경이 다 보답할 것이다.

-- 히다노 슈이치와의 협업 '한일타심' 무대 콘셉트를 설명한다면.

▲ 히다노는 일본 전통 북, '와다이코'의 대가지만 서양 드럼 '어프로치'를 흡수해 리듬 언어가 넓다. 우리는 각자 창작곡을 가져와 '장구-와다이코'의 공통점과 차이를 드러낸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슈이치가 잘 쓰는 북 중 일본의 '오케도 다이코'(桶胴太鼓)라는 북이 있는데, 한국 장구를 보고 "질투가 나서 개발했다"고 하더라(웃음). 음악은 서로 자극하며 발전한다는 증거다.

-- 카지노사이트의 매력을 정의한다면.

▲ 국악은 어렵다. 그래서 좋다. 어려움을 통과하면 몸에 깊이 스며들어 '중독'이 된다. 가야금은 손끝이 아프고, 대금은 첫소리가 몇 달 동안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으면 우리 가락의 철학이 보인다. 전문가만 아는 세계로 두지 않으려고, 대중과 만나는 다양한 퓨전과 협업을 해 왔다.

-- 국내외 관객 반응의 차이가 있다면.

▲ 나라별로 '청취 문화'가 다르다. 한국·미국·이탈리아 관객은 현장에서 크게 반응하고, 일본과 독일 관객은 조용히 집중해 감동을 '집에 가져가는' 편이다. 어느 쪽이 옳다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다.

-- 재일 교포로서의 '두 개의 정체성'이 음악에 준 영향이 있는지.

▲ 일본에서 서양 대중음악을, 한국에서 카지노사이트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내 머릿속에서 서양음악과 카지노사이트은 동등하다. 그래서 경계를 두지 않는다. 비틀스의 인도음악 수용, 사카모토 류이치가 말한 '거문고 사랑' 같은 사례도 큰 영향을 줬다. 햄버거와 비빔밥을 아우른 '밥버거'처럼, 자연스러운 결합을 지향한다.

-- 재일 교포의 삶과 국적 문제를 두고 느낀 적이 있는지.

▲ 차별과 불편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귀화'가 정답도 아니다. 나는 국악을 하는 한국인이고, 일본에서 버텨 온 가족과 공동체의 역사가 있다. 한국 사회가 재외동포의 역사와 맥락을 더 이해해줬으면 한다.

-- 엑스포에서 재일예술인 무대 '100년의 약속'을 준비했다는데.

▲ 할아버지·할머니 세대가 10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뿌리를 지킨 이야기를 카지노사이트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살풀이·승무·장구춤, 가야금, 태평소·사물놀이 등 '재일 예인'의 오늘을 보여줄 예정이다.

-- '국악을 국내에서 먼저 사랑해야 세계화가 된다'는 말에 동의하는지.

▲ 맞는다고 본다. 과거 류이치 사카모토가 활동하던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가 일본 국내에서 인정을 못 받다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역수입'된 사례가 있지만, 지금 한국 관객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새로움에 한 번은 기회를 주고 판단해 주면 장르의 저변이 넓어진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K-콘텐츠에 카지노사이트이 더 깊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지.

▲ 개인적으로 'K-팝'의 원천은 국악이라고 본다. 전통 모티프가 세계에서 통한다는 신호가 분명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화의 2·3편에서 정통·퓨전·콜라보 등 어떤 방식으로든 국악이 더 전면에 나선다면, 연주자이자 제작 파트너로 기꺼이 참여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많은 우리나라 카지노사이트 '지원 시스템'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 한국은 국립·시립 단체는 물론 대학에서도 국악과가 촘촘하게 깔린, 세계에서 드문 나라다. 일본은 전통음악 학교·단체가 극히 적고 지원이 거의 없다. 한국의 공적 지원은 큰 자산이지만, 때로는 지나친 '관료화'가 창의성을 막을 수 있다. 대중이 기억할 '히트 레퍼토리'를 더 많이 만들도록 현장과 제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 다문화 시대에, 국악이 줄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 동양음악은 '철학'이다. 기분과 호흡, 삶의 리듬을 담는다. 백자처럼 '있는 그대로' 두면 마음을 안정시킨다. 억지로 공부하듯 듣기보다,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틀어 놓아 보라. 우리의 DNA가 먼저 알아본다. 다문화 장벽은 공연장과 연습실에서 함께 만드는 협업으로 넘을 수 있다.

-- 앞으로의 협업 계획은.

▲ 장르는 거의 다 건너봤다. 이제는 다문화·국악이 주인공인 종합예술을 만들고 싶다. 엑스포 이후에도 한·일 교류 공연, 인천 무대,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 등 일정을 이어간다.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마음으로 계속 움직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김희선, 영상 : 박주하·박소라, 취재 협조 :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영동세계국악엑스포 조직위, 연출 : 박주하>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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